일상/끄적끄적

제주살이 첫 오름투어 - 민오름

Piaf 2022. 6. 23. 19:38

여자친구와 제주살이를 계획하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한 건 오름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주에 오기 전 일 년에 한두 번씩 제주로 여행을 가게 되면 꼭 하루에 한 번씩은 오름을 올랐었다. 그때 오름에 대한 좋은 추억들이 많았어서 제주에서 살게 되면 제주에 있는 많은 오름들을 다 올라가 보자며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느새 제주로 넘어왔고 처음 오르게 된 오름이 민오름이다.

 

오라이동-민오름
오라이동 민오름

제주에는 많은 오름이 있고 이름이 겹치는 오름들이 꽤 많다. 그중에 민오름도 이름이 겹치는 오름 중에 하나이다. 5월 22일의 민오름 가는 길에 찍는 사진이다. 민오름 아래로 메밀밭이 있는데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이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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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오름 가는 길

메밀밭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민오름길이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게 되면 뒷산 입구 같은 산길이 나온다. 오라이동에 위치한 민오름은 육지의 동네 뒷산 같은 느낌이라서 관광지에 있는 오름처럼 길이 깔끔한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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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오름 오르는 길

민오름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커다란 묘가 하나 나오는데 묘도 아름답지만 묘 앞으로 펼쳐진 한라산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제주를 여행할 때도 느꼈지만 제주에는 예쁜 묘들이 정말 많다. 누군가의 안식처인 묘가 자칫 두렵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제주의 묘는 현무암 돌담이 예쁘게 둘러져 있어서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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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오름 정상

민오름 정상에는 많은 운동기구와 전망대에 있다. 이른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많은 분들이 운동을 하러 올라오신다. 민오름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한라산과 제주시내를 훤히 볼 수 있다. 한쪽으로는 제주에서 제일 규모가 큰 건축물인 드림타워가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제주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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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오름

민오름은 등산로에 가로등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늦은 시간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온다. 내려갈 때는 다른 길로 내려왔는데 이곳이 정식 입구인 것 같다. 민오름 안내도를 보고 제주 4.3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정말 슬프고 끔찍한 역사이다. 제주 여행 중에는 한 번도 듣거나 보지 못했는데, 제주살이를 하게 되면서 4.3 사건에 대해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학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제주살이 첫 오름으로 민오름을 올라 보았는데 정말 좋았다. 운동하기도 좋고, 멀리 한라산도 볼 수 있으며, 날이 좋을 땐 멋진 일몰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몰 후에는 야경을 볼 수 있는데 제주 시내와 바다 멀리 어선들이 밝히는 불빛이 정말 아름답다.

 

드림타워-야경
드림타워 방면 야경

핸드폰으로 저조도 환경에서 촬영하여 노이즈가 심하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예쁘다.

 

제주항-야경
제주항 방면 야경

최근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제주도 배경의 드라마를 보았는데, 드라마 에피소드 중 100개의 달에 소원을 빌고 싶은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동네 주민들이 수많은 어선을 띄워서 바다를 밝혀, 마치 하늘에 달이 수십, 수백 개가 뜬 것 같은 광경을 연출하는 장면이 있었다. 실제로 달이 수백 개가 뜬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바다 위에 끝없이 펼쳐진 어선의 불빛은 그만큼 아름다웠다.

 

 

민오름-일몰
민오름 일몰

일몰 시간에 맞춰 올라가면 제주 드림타워 뒤로 붉게 물든 노을과 태양을 볼 수 있다.

 

드림타워-일몰
일몰

제주살이를 하며 이곳 민오름만 일주일에 3회 정도 올랐는데, 일몰 시간에 맞춰 운동을 마무리 지으면 이렇게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처음 제주살이를 주변에 알릴 때는 "제주는 한 달이면 충분하다.", "금방 질릴 거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제주에 온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고, 아직도 봐야 할 곳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행도 삶도 여유 있게 즐기고 싶은 성향 때문에 그런지 남들보다 쉽게 질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다가올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며, 일 년의 제주살이 동안 많은 것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