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끄적

우주피스 공화국 - 일년 중 단 하루만 독립국가

Piaf 2022. 2. 17. 00:40

일 년 중 단 하루, 4월 1일 만우절에만 독립국가가 되는 나라가 있다. 이름은 우주피스 공화국이다. 이 나라는 국가로서의 기능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예로 헌법, 국기, 대통령, 군대, 통화 등 국가라면 당연하게 있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우절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만우절을 건국일로 지정하고 독립기념일 겸 축제를 즐기는 날이라고 한다.

 

우주피스-구글맵스
출처 - 구글맵스

처음 접한 것은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장르만 로맨스'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 막바지에 짧게 주인공이 여행하는 부분에서 알게 됐다. 영화 시청 후 '정말 있는 나라일까?' 하며 찾아봤는데 나에게는 조금 생소한 리투아니아라는 나라의 수도인 빌뉴스의 작은 마을이었다.

 

 

리투아니아는 소련의 일부였다가 1991년에 독립을 했지만 한동안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우주피스 공화국인 이곳은 원래 유대인 공동묘지가 있던 곳이었고, 소련 치하에서 박해를 받아 몹시 낙후된 동네였다고 한다.

우주피스 공화국의 탄생 이유는 프랑스 파리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몽마르뜨 언덕을 점령해 자기들만의 아지트로 삼았던 것처럼 빌뉴스의 가난한 예술가와 보헤미안들이 낙후된 이 동네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단순히 아지트로 끝났던 게 아니라 그들이 모여 "우리의 나라를 만들자!"라는 생각을 하고 1997년 4월 1일인 만우절에 맞추어 우주피스 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우주피스-공화국-국기
우주피스 공화국 국기(출처-나무위키)


2018년 9월 6일에는 현지 교민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어 헌법 제막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여행을 간다면 헌법 내용을 한국어로 확인할 수 있다. 헌법은 총 41가지가 있는데 주로 모든 사람은~하며 시작한다. 그중에는 개와 고양이의 관한 법도 지정되어있다. 다양하고 재밌고 인상적인 내용들이 많다.

 


제4조. 모든 사람은 실수할 권리를 가진다.

 

제6조. 모든 사람은 사랑할 권리를 가진다.

 

제13조. 고양이는 자기 주인을 절대적으로 사랑할 의무는 없지만, 주인이 어려운 순간에는 꼭 도와주어야 한다.

 

제16조.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를 가진다.

 

제17조. 모든 사람은 행복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시간이 된다면 41가지를 모두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예술가들의 예술행위로 만들어진 나라이기에 정식 국가는 아니지만 만약 리투아니아를 여행하게 된다면 4월 1일에 맞춰 우주피스 공화국 입구, 마법의 다리 앞 입국심사대를 거쳐 입국하고 싶다. 실제로 작은 마을이고 면적이 0.6km밖에 되지 않아서 가볍게 들리는 정도로 가야 할 것 같다.